요즘 내가 화를 내는 것은 이홍규 할아버지를 가해자가 착취했다는 것이 아니다.
그점은 이미 분노한 바 있고, 수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다.
가해자가 저지른 악행은 온 천하에 드러났으며 법에 따라 심판받을 것이다. (우리나라 사법구조를 알기 때문에 크게 기대는 안 한다.)
내가 더 화가 나는 것은 언론의 보도행태와 누리꾼들의 표현 방식이다.
할아버지께는 이름이 있다. (여기서 성함이라고 딴지 걸지 마라. 이름은 낮춤말이고 성함은 존댓말인가?)
오늘도 인터넷에서 아래와 같은 기사 제목을 봤다.
'노예 할아버지' 가해자, 4일 긴급체포 '구속'
기자들한테 진짜 욕 나온다. 언론은 선정성을 띄게 마련이라지만 너무 한다.
이제 이홍규 할아버지라고 해도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근데 꼭 노예라는 비인격적이고, 당사자에게 굴욕을 주는 표현을 계속 써야하나?
굳이 할아버지에 대해 표현하고 싶었으면 착취라는 단어를 쓰면 된다.
뭐가 다르냐구? 노예는 그 지적하는 사람을 직접적으로 낮추는 것이다.
착취라는 단어는 지나온 사실을 설명하는 것이고...
기자란 자들이 이러니 어린 누리꾼들이 그대로 글 쓸때마다 '노예 할아버지가..' 이러지..
으이구..
그 가해자가 할아버지를 노예처럼 부린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대한민국은 신분제 국가가 아니며 노예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가 그 분을 노예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더 이상 노예가 아니다.
그런데도 오랜 세월을 고생하신 할아버지께 계속 '노예'란 딱지를 붙일텐가?
※ 거슬러 올라가면 최초에 노예라는 표현을 쓴 SBS 측에 잘못이 있지만, SBS에는 이 사건을 많은 사람에게 알린 공이 있고, 보다 널리 알리기 위해서 강렬한 제목을 고른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정상을 참작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SBS측에서 요즘도 계속해서 노예 할아버지란 표현을 쓰는 걸 보면..역시 그냥 생각이 없는 것 같다..-_-+)
하지만 다른 언론들은? 이제 그만 할때도 되지 않았는가?